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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대 수원 삼성의 2008 K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지난 3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예년보다 늦춰진 리그 일정 탓에 12월의 추운 날씨 속에서 그것도 주중 저녁에 열리게 된 챔피언 결정전이었지만, 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인 두 팀 간의 경기인 만큼 무려 4만에 가까운 많은 관중이 상암을 찾은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정규 리그 1, 2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게 된 이번 시즌과는 달리, 정규 리그 5위 팀이었던 포항이 파죽지세로 4, 3, 2, 1위 팀들을 차례로 누르며 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지난 시즌의 경우, 과연 정규 리그를 높은 순위로 마친 뒤에 플레이오프 또는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여 다른 팀들을 기다리는 것이 큰 메리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는 정규리그 1위 팀에 비해서, 6강 플레이오프, 준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의 3경기를 더 치루고 올라와야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는 3위 ~ 6위 까지의 팀들의 경우 분명 체력적인 문제에 의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뒤집혀졌기 때문이었죠. 결국 지난 시즌 포항이 체력적인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던 열쇠는 최고조에 달한 상승세와 더불어 2~3주의 시간동안의 공백을 가졌어야만 했던 당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 상대였던 수원, 성남에 비해 좀 더 날카로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 제도 시행 발표 당시부터 우려(?)되었었던 정규 리그 낮은 순위 팀의 업셋이 몰고 온 이와 같은 논란으로 인해 결국 연맹은 이번 시즌 챔피언 결정전 1차전과 2차전 2경기를 주중과 주말로 나눠 한 주 안에 치루는 일정을 잡게 됩니다. 정규 리그 하위팀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며 정규 리그 우승팀의 어드벤티지를 확대하기 위해, 챔피언 결정전 경기를 12월 주중 저녁에 치루며, 공중파 중계에 마저 외면 당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었죠. 그나마 주중에 펼쳐지는 1차전의 홈팀이 서울이었으니 이 정도였지, 만약에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가 뒤바뀌어 주중 저녁 텅텅 빈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졌을 챔피언결정전 경기였다면, 정말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입니다.

지난 시즌의 경우, FA 컵 우승팀과 더불어 리그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만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었기에, 리그 선두에 대한 혜택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으니,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 결정전 일정 상에 있어서 정규 리그 선두팀에게 좀 더 많은 어드벤티지를 보장해야 하는 상황임이 분명했습니다만, 이번 시즌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대로 이미 정규 리그 1, 2위 팀에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라는 혜택이 주어진 상황에서, 굳이 챔피언 결정전의 흥행 요소를 희생하면서 까지 리그 선두에 대한 어드벤티지를 더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입니다. 플레이오프 제도에 대한 찬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K리그의 현실 상, 흥행을 위한 플레이오프 제도의 유지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라면, 플레이오프 만큼은 마치 NFL 의 슈퍼볼과 같이 최대한 흥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의 성향을 띄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정규 리그 순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과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상위 팀에 대한 일정 수준의 어드벤티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정도가 관중 그리고 공중파 중계와 맞바꿀 정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날 경기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정규 리그 2위 서울과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던 정규 리그 1위 수원과의 맞대결이었기에 서울이 수원에 비해 플레이오프 1경기를 더 치룬 상황으로써,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보다는 그 정도가 덜 했지만, 울산과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서울에게는 역시나 적지 않은 체력적 부담이 존재했던 상황이었으며, 3주가 넘는 기간 동안의 공백기를 거쳐야 했던 수원에게는 역시나 무뎌진 경기 감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플레이오프 연장전에서만 3골을 뽑으며, 경기 감각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서울은 수원의 선수들이 채 몸이 풀리기 전인 경기 초반에 승부를 봐야 했고,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수원으로써는 서울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나타내게 될 경기 후반을 노려야 했습니다.

양팀 모두 중원부터 타이트한 압박을 펼치며 시작된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잡아간 팀은 원정팀인 수원이었고, 수원은 몇 차례의 세트플레이 기회를 얻으며 공세를 이어 나갑니다. 하지만 수원의 전담 키커로 나선 송종국 선수의 킥 감각이 좋지 못했던 탓에 수원의 초반 공세는 무위로 돌아가고, 경기는 점차 서울의 분위기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반이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았던 전반 20분 경, 서울의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 선수의 킥에 이은 아디의 깔끔한 헤딩 선제골이 터지며 서울은 1:0 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좀처럼 공격 전개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힘든 팽팽한 경기 양상 속에서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면 완성도 높은 세트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날 전반 경기 양상은 바로 이 세트플레이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선제골 득점 이후에,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홈팀인 서울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허리 싸움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수원은 동점골을 위해 수 차례 공격을 시도하지만, 번번히 서울의 중원을 뚫는 데에 실패했고, 오히려 서울에게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 날 전반 서울의 역습 상황에서 몇 차례 이어졌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데얀 선수가 평소 처럼 성공시킬 수만 있었다면, 아마 이번 챔피언 결정전의 향방은 이미 1차전 전반전만을 통해 어느 정도 결정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차례 이어진 서울의 역습에 수원의 수비가 번번히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연출되자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경기 중에 수비 포메이션을 쓰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비록 올 시즌 정규 리그 경기들 중에도 몇 차례, 경기 중에 쓰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였었던 수원이었지만, 일반 리그 경기가 아닌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반 20여분 만에 전반적인 포메이션을 전환했다는 점은 결국 차 감독 본인이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준비하고 꺼내든 카드가 명백한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장면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포메이션 전환 후, 수원은 좌측면 밸런스가 붕괴되며 오히려 전반 초반보다 더욱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며, 결국 전반이 종료될 때 까지 분위기를 되찾는 데에 실패합니다. 서울의 입장에서는 비록 선제골 득점에는 성공했지만, 결정적인 추가 득점 기회들을 살리지 못한 채, 1:0 으로 전반을 마친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전반의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후반 들어서 다소 안정을 되찾은 수원은 점차 경기 분위기를 원점으로 가져오는 데에 성공했고, 이 때부터 양 팀간의 힘 겨루기가 다시금 재개됩니다. 이 날 후반전의 경기 양상을 살펴보면 양 팀의 팀 컬러 차이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주로 중원에서 전방의 빈 공간으로 뿌려주는 쓰루패스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던 서울에 비해, 수원은 중원에서 얼리 크로스로 키핑력이 좋은 최전방의 에두에게 연결하고, 그 세컨볼을 노리는 패턴이 후반 내내 꾸준히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두 팀 모두 각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만을 꾸준히 고집했던 모습이라 생각되는데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반복되었던 이 힘 겨루기의 승패를 결정지었던 열쇠는 바로 체력이었습니다. 공간 창출을 위한 활발한 무브먼트가 요구되는 서울의 전술과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끊임없이 상대 수비진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수원의 전술 간의 상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 상의 열세에 놓여있던 서울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어, 점차 수원의 공격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후반 34분 수원의 코너킥 상황에서 이관우 선수의 코너킥이 수비에 맞고 흐른 뒤, 다시 이관우 선수가 잡아 올린 크로스를 마토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김호준 골키퍼의 손에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을 곽희주 선수가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수원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경기는 그대로 1:1 로 끝나고, 양 팀은 결국 감각의 우위를 앞세운 한 골과 체력의 우위를 앞세운 한 골 씩을 사이좋게 나누어 기록하며, 승부를 12월 7일 수원에서 펼쳐질 챔피언 결정전 2차전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1차전이 1:1 동점으로 종료된 현 시점에서 1주일 만에 3경기를 치뤄야 하는 빡빡한 일정속에 서울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1차전보다 가중될 것이고, 1차전 후반 들어 수원이 상승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과, 빅버드를 가득 매울 것으로 기대되는 수원 홈 팬들의 성원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2차전은 홈 팀인 수원의 우세 속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서울이 빅버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왔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양 팀 모두 지지하는 팀과는 거리가 먼 팀들이고, 오히려 2차전이 끝나고 나면 두 팀 중에 한 팀이 가슴에 별을 하나 더 달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입장입니다만, 한 팀의 지지자임과 동시에 K리그의 지지자 입장에서, 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인 두 팀 간의 챔피언 결정전에서의 맞대결이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멋진 경기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2008 K리그, FA컵 잔여 경기 일정

경기 날짜 원정 경기장
챔피언결정전 2차전 12/7 (일) 수원 서울 수원 월드컵 경기장
FA컵 4강전 12/18 (목) 포항 대구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4강전 12/18 (목) 경남 고양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결승전 12/21 (일) 4강전 승자팀 간 제주 종합 운동장
2008/12/06 22:18 2008/12/0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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